본문 바로가기

문학31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단석정의 책과 음악이라는 제목 아래 올려진 글이 30편에 이르렀고 책과 음악에 각각 15편의 글들이 실렸다. 따지고 보면 얼마 안되는 글이지만 여기서 다룬 책들이 성경을 비롯해서 채근담, 명심보감, 고문진보, 취고당검소 등이 있고, 음악에는 베토벤, 모짜르트, 슈베르트, 부르흐 등의 곡들과 다른 작곡가들이 지은 짧은 노래 몇 곡에 이르기까지 제법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을 다루었다. 그러나 글을 올릴 때마다 아쉽게 여겼던 것은 한 편의 글을 올리기 위해 쏟은 노력에 비해 방문자의 수가 적다는 사실이었다. 아이템 선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는 있었으나 막상 찾는 이가 적다보니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대중이 원하고 인기를 쫓아가는 글이었다면 이렇지는 않았을텐데.. 그럼에도 .. 2024. 2. 3.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사용된 음악-모짜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모짜르트의 곡들은 대체로 경쾌하고 아름답습니다. 여기서 소개하고자 하는 클라리넷 협주곡과 클라리넷 5중주곡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이 곡들은 안 들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다는 표현이 적절할 만큼 한 번 들으면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되는 그런 음악입니다. 클라리넷은 피아노나 바이올린처럼 널리 알려진 대중적인 악기는 아닙니다. 따라서 이 악기를 위한 작품들이 다른 악기들처럼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한 악기를 어떤 사물이나 소리와 비교한다는 것은 그다지 적절하지 않습니다. 클라리넷의 소리는 클라리넷다울 뿐입니다. 자주 들어서 음색을 귀에 익히고 알아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한 클라리넷을 모짜르트는 좋아했습니다. 모짜르트가 작곡한 클라리넷 협주곡은 다른 어느 악기들을 위한 작.. 2024. 1. 26.
1달러의 버스비-어느 여성 버스 기사가 보여준 친절 단석정의 책꽂이에는 50여년 전 필자가 영어를 공부할 때 사용했던 교재가 한 권 꽂혀 있습니다. 그 책에 있는 내용 가운데 한 줄을 옮겨 봅니다. To say a person is kind is to say that he is gentle, considerate and charitable. 사람이 친절하다고 하는 것은 그가 젠틀하고, 배려심 있고 자애롭다는 말이다. 필자는 60살이 넘어 미국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외국에서 거주하는 사람도 아닌 여행객이 시내 버스를 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버스의 내부 시설, 제도와 운영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버스를 타 보기로 습니다. 물론 한두 번 타보고 그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었으나 그래도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시도해 봤습니다. 어느.. 2024. 1. 19.
쇼생크에 울려 퍼진 노래-모짜르트, 편지의 이중창 대부분의 영화에는, 보는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감동적인 장면과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명대사가 몇 군데씩 있습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는 그러한 장면과 대사들이 유난히 많습니다만 우선 그 중에 쉽게 잊혀지지 않는 장면 몇 개를 떠올려 봅니다. 이야기를 계속하기에 앞서 영화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주인공인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은 아내와 그 정부를 살해한 누명을 쓰고 법정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습니다. 은행원이었던 그는 수감 생활 중 교도소장이 걷어들이는 불법적인 돈을 세탁하여 합법적으로 부를 축적하는 일을 해줍니다. 그러던 그가 제도의 헛점을 이용하여 소장의 돈을 모두 빼돌리고 감옥을 탈출하여 이웃 나라로 가서 살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서 명장면을 .. 2024. 1. 17.
일본 제독을 꺾은 한국의 등대지기 은총을 입거나 욕을 당하는 일에 놀라지 않고 꽃밭에 피고 지는 꽃들을 한가로이 바라보노라. 가고 머무름에 뜻이 없으니 하늘가의 구름이 뭉치고 흩어짐을 보노라. 푸른 하늘 맑은 달 아래 어느 곳인들 날아다닐 수 없으랴마는 불나비는 홀로 촛불로 뛰어들고 맑은 샘, 푸른 물, 하고 많은 먹거리 중에 올뻬미는 유독 썪은 쥐를 즐기나니 아, 세상에 불나비와 올빼미 아닌 자 그 몇이나 되는가! 채근담 후집 70절의 글입니다. 세상이 꿈 같은데 꿈 속에 또 꿈이 있으니, 부귀를 갈망하는 꿈, 권력을 탐하고 빌붙는 꿈, 그것은 아침이면 산마루에 뭉쳤다가 저녁이면 흩어지고 마는 구름이나 안개와 무엇이 다를까요? 우레 같은 박수, 휘황찬란하게 번쩍이는 불빛 아래 요란한 환호를 부르는 인기, 어제의 쾌락이 오늘의 고통이 되.. 2024. 1. 16.
에덴의 동쪽-어느 성악 전공자가 눈물을 흘린 노래 30대 중반 즈음, 필자는 교회 내의 몇몇 동생들과 함께 중창단을 꾸려 노래를 불렀던 적이 있습니다. 비교적 잘 알려져 있으면서 너무 대중적인 노래가 아닌, 부르면서 만족과 성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곡들을 선별하여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모여서 연습을 했습니다. 때로는 산으로 들로 여행을 다니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이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당시 대중교통의 꽃이라 할 만큼 인기가 높았던 열차 안에서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받았던 일들은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가평에 있는 남이섬, 우리가 즐겨 찾던 장소 중 하나였습니다. 한번은 제법 크고 중요한 어느 교회 모임에서 특별 순서로 노래를 하나 발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연습했던 노래 가운데 하나를 골라 발.. 2024. 1. 14.
백거이, 비파행-비파 타는 어느 여인을 위해 눈물로 지은 시 심양강 가에서 밤에 손님을 전송하는데, 단풍잎 갈대꽃 위에 가을 바람이 쓸쓸하였네. 주인 말에서 내리고 객은 배에 탓는데, ... 작별할 때 아득한 강물에는 달빛만 젖어 있었네. 문득 물 위에 퍼지는 비파 소리 듣고, 주인은 돌아갈 생각 잊고 객은 떠나지 않았네. 비교적 긴 시인 비파행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이 시를 쓰게 된 배경을 [비파행 서]에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나는 원화 10년(815년)에 구강군 사마로 좌천되었다. 이듬 해 가을 분강 포구에서 밤에 손님을 전송하다가 어느 배 안에서 비파 타는 소리를 들었다.] 연주자를 불렀으나 좀처럼 나타나지 않더니 많은 요청 끝에 마지못해 비파로 얼굴을 가린 한 여인이 나타났습니다. 다시 시의 몇 줄을 인용합니다. 비파의 음을 고르면.. 2024. 1. 12.
슈베르트, 밤과 꿈-50년 넘게 기억에 남아 1960년, 70년대 이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이 하나 있었으니 가곡을 키타곡으로 편곡한 슈베르트의 을 키타 듀엣 연주자인 폼포니오와 사라테가 연주한 2중주곡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필자 개인의 소견입니다. 지금은 많은 연주자들이 이 곡을 연주하고 있습니다만 당시에는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연주 시간이 3분여에 지나지 않는 짧은 곡이지만 그 감동은 한 없이 크고 진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방송은 물론 거리에 즐비한 음반 매점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곡이었습니다. 소리를 저장하는 매체가 LP판에서 카세트 테이프로 바뀌어 필자의 재산 목록에서 우선순위의 선두를 차지했던 소형 녹음기는 쉴 틈이 없었습니다. 이 담긴,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테이프에 대한 추억 소.. 2024. 1. 11.
김춘수의 꽃, 환상의 꿈터였던 어린 시절의 꽃밭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어린 시절 필자는 강원도 홍천에 있는 어느 작은 집에서 산 적이 있습니다. 앞마당에는 작은 화단이 있었는데 화단에는 이름도 익숙한 여러 종류의 화초들이 있었습니다. 화단 맨 앞쪽에는 화단과 마당의 경계라도 이루 듯 채송화가 줄지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때가 되면 채송화는 분홍, 노랑, 보랏빛 등 다양한 색깔의 꽃들을 피웠습니.. 2024. 1. 9.
베버, 무도회의 권유-아내와 함께 춤을 어느 무도회장에서 한 신사가 눈에 띄는 숙녀에게 다가가 손을 내닙니다. "한 번 추실까요?" 여인은 수줍은 듯 부끄러워하며 거절합니다. 남자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청해 봅니다. 마지못한 듯 여인은 손을 내밀어 신사의 손을 잡습니다. 곡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경쾌하고 빠르게 음악이 흐르고 둘은 선율에 맞춰 춤을 춥니다. 음악이 끝나자 남자는 여인에게 감사를 표하고 여자는 답례합니다. 카를 마리아 폰 베버(Carl Maria von Weber)는 아내인 카를리네를 위해 이 곡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선물로 주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이 음악을 들은 한 노인이 아내에게 말을 건넵니다. "춤 한번 춰 볼까요?" "감당할 수 있겠어요?" "죽지야 않겠지." 마지 못해 일어난 아내는 남편의 손을 잡.. 2024. 1. 8.
채근담을 통해 만난 시인 조지훈 필자가 처음으로 채근담을 구입한 것은 1970년 여름, 군에서 첫번째 휴가를 나왔을 때의 일입니다. 지금은 번역본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당시에는 그 책이 유일한 번역본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달려간 곳은 어느 대형 서점이었습니다. 그 책을 구하고 오랜 세월이 흘렀고 그 동안 여러 번역본들이 나왔습니다. 틈 나는대로 그 책들을 한두 권씩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단석정의 책장에는 10여권의 번역본들이 꽂혀 있습니다. 책들은 모두 원본의 배열 그대로 전집과 후집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조지훈 시인의 번역본은 배열 순서가 다릅니다. 전후집을 모두 뒤섞어서 내용이 비슷한 것끼리 모아 다시 네 편, 즉 자연, 도심(道心), 수성(修省), 섭세(涉世)편으로 나누었습니다. 자연편.. 2024. 1. 5.
안단테 칸타빌레-톨스토이가 눈물 흘린 곡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3개의 현악 사중주곡 가운데 1번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 2악장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 유명한 안단테 칸타빌레입니다. 이 곡은 1871년에 작곡되었습니다. 잘 다듬어진 곡으로 아름답고 우아한 작품입니다. 2악장은 어느 목수가 흥얼거리는 러시아 민요를 듣고 영감을 얻어 작곡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1876년 12월, 루빈스타인은 모스크바를 방문한 톨스토이를 위해 음악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이때 연주한 곡들 가운데 하나가 현악 사중주곡 1번이었습니다. 2악장을 연주할 때 톨스토이가 눈을 지긋이 감고 감상하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마음과 영혼을 뒤흔들어놓는 아름다운 선율, 가히 사랑하는 곡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차이코프스키는 그날 일기에 이렇게 적었습니.. 2024. 1. 4.
단석정의 새해 인사 단석정의 새해 인사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 십만 명이 모였다고 합니다. 그외에도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들이 TV를 통해 그 광경을 지켜보았을 겁니다. 2024년, 한 해의 세월의 밭에는 어떤 씨앗들을 뿌릴까? 가을이 되면 독자들에게 무언가 거두어들일 것이 있는 한 해가 되도록 기원하면서 단석정의 주인은 한 해 동안 농사지을 씨앗들을 뿌려봅니다. 뿌릴 씨앗에는 영어 공부에 관한 것도 한 가지 있는데 그에 대한 소개는 다음으로 넘기기로 하고 새해 아침인 오늘은 짤막한 음악 한 곡과 시 한 수를 올리면서 인사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음악은 레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의 서두부 일부분과, 시는 고문진보 전집에 있는 사철(四時)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음악의 앞부분은 붉게 떠.. 2024. 1. 1.
비발디의 사계-어느 환자의 애청곡 요양원에 있는 한 환자에 대한 얘기다. 그는 다른 층에서 생활하다가 필자가 있는 층으로 옮겨온 사람이다. 그는 식사 시간이 되면 필자가 식당 한 구석에 지정석처럼 자리잡고 있던 식탁 맞은편에 앉아 식사를 했다. 한동안 둘은 서로 말이 없었다. 그는 식후에 한웅큼이나 되는 약을 끼니 때마다 먹었다. "무슨 약을 그렇게 많이 드시오?" "이렇게 먹지 않으면 머리가 깨지고 미칠 것만 같아 살 수가 없어요. 얘기가 깁니다." 또 한가지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으니 그는 늘 메모지와 볼펜을 갖고 다니면서 무언가를 적었다. "무얼 그리 열심히 적습니까?" "와이프한테 보낼 편지 내용을 수집하는 중입니다" "편지요? 면회올 때 들려주면 되잖소?" "면회를 올 수가 없습니다." "아니 왜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든.. 2023. 12. 29.
운명의 장난, 순풍과 벼락 운명 교향곡을 듣고 나니 운명 또는 운에 관해 떠오르는 구절이 하나 있다. 명심보감 순명(順命)편에 실려 있는 글이다. 때를 만나면 순풍이 등왕각으로 보내고 운이 없으면 천복비에 벼락이 떨어진다 시래풍송등왕각(時來風送滕王閣)이요 운퇴뢰굉천복비(運退雷轟薦福碑)라 당나라 때 왕발(王勃)의 꿈에 망당산의 신령이 나타나 그에게 등왕각으로 가라는 말을 전했다는 일화가 있다. (믿거나 말거나) 등왕각까지의 거리는 7백리. 등왕각은 당고조(唐高祖) 이연의 아들 이원영이 강서성 남창현에 세운 누각의 이름이다. 이원영은 등왕이라는 작호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누각의 이름을 등왕각이라 불렀다. 후에 홍주태수 염백서가 누각을 크게 수리한 뒤 중양절(9월 9일)에 수리 기념으로 연회를 베플고 방문객들에게 등왕각에 걸맞는 글을 .. 2023. 12. 28.
운명 교향곡(베토벤 교향곡 5번) 다다다 다-안, 다다다 다-안. 곡은 그렇게 시작된다. 악상이 잘 떠오르지 않거나 작곡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그리고 여러가지 상황으로절망에 빠질 때면 베토벤은 집 근처에 있는 숲으로 가서 오솔길을 산책하곤 했다. 머리를 식히고 곡을 위한 영감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때 나빠진 청력에도 불구하고 숲에서 들리는 새소리들 가운데 유난히 귓전을 울리는 소리가 하나 있었다. 삐삐삐 삐-이. "그래, 이거야" 하고 생각한 그는 집으로 돌아와 악보를 꺼내 놓고 작곡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말했다.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 그렇게 써내려간 곡이 교향곡 5번이다. 1악장 서두에 나오는 암시적이고 인상적인 여덟 개의 음은 사람들 개개인의 운명은 물론 새로운 시대 정신,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임시하는 것이라.. 2023.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