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70년대 이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이 하나 있었으니 가곡을 키타곡으로 편곡한 슈베르트의 <밤과 꿈>을 키타 듀엣 연주자인 폼포니오와 사라테가 연주한 2중주곡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필자 개인의 소견입니다.
지금은 많은 연주자들이 이 곡을 연주하고 있습니다만 당시에는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연주 시간이 3분여에 지나지 않는 짧은 곡이지만 그 감동은 한 없이 크고 진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방송은 물론 거리에 즐비한 음반 매점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곡이었습니다. 소리를 저장하는 매체가 LP판에서 카세트 테이프로 바뀌어 필자의 재산 목록에서 우선순위의 선두를 차지했던 소형 녹음기는 쉴 틈이 없었습니다.
<밤과 꿈>이 담긴,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테이프에 대한 추억
소리를 저장하는 매체의 시대가 다시 바끱니다. LP판에서 카세트 테이프로 넘어온 것을 사람들은 소리 저장의 혁명이라 불렀습니다. 그러나 테이프에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재생 중에 테이프가 기계 안에서 속된 표현으로 씹힌다거나 늘어나는 현상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프는 새로 등장한 CD에 밀려 다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사용할 일이 없어진 테이프와 더불어 필자의 녹음기도 타인의 소유가 되고 맙니다. 더이상 필요없게 된 테이프들을 정리하면서 안타까운 일이 생겼습니다. 아끼는 테이프가 하나 없어지고 만 것입니다. 그테이프는 필자가 손수 만든 것으로 거기에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합창 환상곡, 그리고 키타곡으로 된 슈베르트의 <밤과 꿈>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듣던 테이프였는데 사용하지 않는 테이프들을 정리할 때 함께 없어졌나 봅니다. 거기에 있던 <밤과 꿈>은 테이프가 모자라 끝 부분 일부가 잘린 것을 늘 안타깝게 여겼습니다. 자정이 넘도록 반복해서 듣던 <밤과 꿈>은 위안과 꿈을 안겨 주었던 곡입니다. 지금도 그 곡을 들으면 잘린 부분에 가서 왠지 곡이 끈길 것 같은 느낌에 빠지곤 합니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사라지는 유물과 추억들, 그러나 <밤과 꿈>의 선율 속에 남아있는 감동과 느낌은 50년이 넘도록 예전과 다름없이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여기서 잠시 가곡의 가사를 살펴봅시다.
가곡 <밤과 꿈> (op. 43-2, D827) 원 제목은 Nachtfreier입니다. 이 곡은 1825년에 발표되었습니다.
거룩한 밤이여
내게로 스며드네
꿈도 따라
살포시 물결치면서
그 틈을
헤집어오는 달빛처럼
내 가슴
못내 멈추게 하는
엿듣고 싶은
욕망이 샘솟아
멀리서
동이 터오면 부르고 싶은 이름
거룩한 밤이여
내게 돌아오기를
사랑스러운 꿈이여
그대를 맞으러 가리
짧은 곡인만큼 성악과 악기 연주 모두 듣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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