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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에덴의 동쪽-어느 성악 전공자가 눈물을 흘린 노래

by #$%@#$ 2024.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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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 즈음, 필자는 교회 내의 몇몇 동생들과 함께 중창단을 꾸려 노래를 불렀던 적이 있습니다. 비교적 잘 알려져 있으면서 너무 대중적인 노래가 아닌, 부르면서 만족과 성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곡들을 선별하여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모여서 연습을 했습니다. 때로는 산으로 들로 여행을 다니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이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당시 대중교통의 꽃이라 할 만큼 인기가 높았던 열차 안에서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받았던 일들은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가평에 있는 남이섬, 우리가 즐겨 찾던 장소 중 하나였습니다. 

 

  한번은 제법 크고 중요한 어느 교회 모임에서 특별 순서로 노래를 하나 발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연습했던 노래 가운데 하나를 골라 발표했습니다. 모임이 끝난 뒤, 여러 사람들로부터 잘 들었다는 감사와 더불어 격려와 칭찬의 말을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어느 장로님으로부터의 칭찬이었는데 그 분은 군에서 군악대를 지휘할 만큼 전문적인 음악인이었습니다. 더구나 그 분은 성악이든 기악이든 발표한 곡에 대해 겉치레의 인사로 칭찬의 말이나 한 마디 던지는 그런 분이 아니었습니다. 모임이 끝난 즉시 우리에게 다가와서는 오랜만에 재대로 된, 노래다운 노래를 들었다는 아낌없는 칭찬을 들려주었습니다. 그 후에도 우리는 연습을 위해 모일 때마다, 그리고 틈나는대로 기회만 있으면 아껴두었던 간식을 입 안에서 음미하듯 즐거운 마음으로 그 얘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지난 번에 소개한 <비파행>에 대한 글을 쓰면서 기억에 떠오른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제법 가을도 꽤 깊어진 쌀쌀한 어느 저녁, 우리는 연습을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당 한 구석에 놓여있는 벤치에 앉아 연습 중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국화꽃 져버린 겨울 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고

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녘을 날아간다

아--이제는 한적한 빈들에서 보라

고향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고향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여러 차례 연습해온 노래라 악보 없이도 잘 외워서 불렀습니다.

한창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웬 젊은 여성 한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흘끗 여인을 쳐다보고는 계속해서 2절을 불렀습니다. 

 

달 가고 해 가면 별은 멀어도

산골짝 깊은 골 초가 마을엔

봄이 오면 가지마다 꽃잔치 흥겨우리

아-- 이제는 손모아 눈을 감으라

고향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고향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노래가 끝나자 유일한 관중이었던 여인은 박수를 치면서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찾아온 얘기를 들려줍니다. 자신은 모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는 학생인데 교회 옆에 있는 어느 집에 산다고 했습니다. 방에 앉아 있으려니 들려오는 노래 소리가 도저히 그냥 흘려보낼 수가 없어 이렇게 무례를 무릅쓰고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노래를 부르는 그룹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고맙고도 감동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한 곡 더 청해도 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우리는 가장 아끼는 노래 중 하나인 <에덴의 동쪽>을 불렀습니다.

 

에덴의 동산은 저물어가는구나

봄빛을 잃고서 어두워가는구나

낙원에 피었던 꽃송이

피지 않고서 지다니

슬퍼말아라 마음과 마음 속에 

행복의 노래 부를 날 있으리라

 

영화 <에덴의 동쪽>의 주제곡에 가사를 붙여 만든 노래였습니다. 우리 가운데 몇 명은 노래를 부르면서 눈물을 흘렸고, 여대생은 노래를 듣는 내내 눈을 지긋이 감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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