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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일본 제독을 꺾은 한국의 등대지기

by #$%@#$ 2024.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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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을 입거나 욕을 당하는 일에 놀라지 않고

꽃밭에 피고 지는 꽃들을 한가로이 바라보노라.

가고 머무름에 뜻이 없으니

하늘가의 구름이 뭉치고 흩어짐을 보노라.

푸른 하늘 맑은 달 아래 어느 곳인들 날아다닐 수 없으랴마는

불나비는 홀로 촛불로 뛰어들고

맑은 샘, 푸른 물, 하고 많은 먹거리 중에

올뻬미는 유독 썪은 쥐를 즐기나니

아, 세상에 불나비와 올빼미 아닌 자 그 몇이나 되는가!

 

채근담 후집 70절의 글입니다.

 

세상이 꿈 같은데 꿈 속에 또 꿈이 있으니, 부귀를 갈망하는 꿈, 권력을 탐하고 빌붙는 꿈, 그것은 아침이면 산마루에 뭉쳤다가 저녁이면 흩어지고 마는 구름이나 안개와 무엇이 다를까요?

우레 같은 박수, 휘황찬란하게 번쩍이는 불빛 아래 요란한 환호를 부르는 인기, 어제의 쾌락이 오늘의 고통이 되고 오늘의 슬픔이 내일 다시 희망의 빛이 되는 것을 왜 모를까요? 그러나 어딘가에는 그러한 세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록 희미하게 깜빡거리지만 홀로 어둠을 밝히고 길을 비추는 등대가 있듯이 말입니다. 

 

등대에 대한 이야기 하나.

 

2차 대전 말엽, 패망을 앞둔 일본은 점령국들을 헤집고 다니면서 온갖 만행을 다 저질렀습니다. 

달도 별도 없는 캄캄한 밤, 사나운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두운 바다 한 가운데 제독을 태운 한 척의 일본 전함이 한국의 어느 바다에서 길을 잃고 헤메고 있었습니다. 앞에 나타난 불빛 하나, 전함은 무전을 보냅니다.

"여기는 전함, 전방에 있는 선박은 항로를 바꿔라. 그렇지 않으면 충돌할 것이다, 오버."

"항로를 바꿀 수 없다. 귀 선박이 항로를 수정하라, 오버."

"본 전함은 대형 선박이다. 쉽게 항로를 바꿀 수 없으니 빨리 항로를 수정하라, 오버,"

"아무리 대형 선박이라도 우리는 항로를 바꿀 수 없다, 오버."

"여기는 제독이 타고 있다, 오버."

"제독 아니라 천황이 다고 있어도 안된다, 오버."

뿔따구 난 전함의 명령.

"귀 선박의 신분을 밝혀라, 오버."

"여기는 등대다, 오버. AC"

어느 책에서 읽은 우스갯소리입니다.

 

채근담에 또 이런 글이 있습니다.

 

권세와 명리, 부귀와 영화를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을 깨끗하다 하지만

가까이 하면서도 이에 물들지 않는 사람을 더 깨끗하다 하고,

권모술수를 모르는 사람을 고결하다 하나

알면서도 그것을 쓰지 않는 사람을 더 고결하다 하느니라.

 

속담에 이르기를

[번쩍이는 것이 다 금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권력, 부귀, 사치와 영화는 사람의 눈을 끌고 그것에 지니치게 빠지면 사람을 병들게 만듭니다. 한때의 쾌락은 도금한 모조품이요, 깎아도 깎아도 노랗게 빛나는 금처럼 변하지 않는 기쁨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일 것입니다. 쾌락은 한 때요, 진정한 행복은 쉽게 변치 않습니다. 

 

명심보감 안분편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만족할 줄 알아 늘 만족하면

평생 욕됨이 없고

멈출 때를 알아 늘 멈춘다면

평생 부끄러움이 없으리라.]

 

만족할 줄 알면 부자요, 분수를 지켜서 멈출 줄 알면 평생 수치를 면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또 이르기를,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면

몸은 비록 인간 세상에 살고 있지만

마음은 새상을 벗어나느니라고 했습니다.

 

영어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습니다.

 

While we are in the world,

We must not be of the world.

 

세상에 살고 있지만

세상에 속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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