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32

운명 교향곡(베토벤 교향곡 5번) 다다다 다-안, 다다다 다-안. 곡은 그렇게 시작된다. 악상이 잘 떠오르지 않거나 작곡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그리고 여러가지 상황으로절망에 빠질 때면 베토벤은 집 근처에 있는 숲으로 가서 오솔길을 산책하곤 했다. 머리를 식히고 곡을 위한 영감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때 나빠진 청력에도 불구하고 숲에서 들리는 새소리들 가운데 유난히 귓전을 울리는 소리가 하나 있었다. 삐삐삐 삐-이. "그래, 이거야" 하고 생각한 그는 집으로 돌아와 악보를 꺼내 놓고 작곡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말했다.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 그렇게 써내려간 곡이 교향곡 5번이다. 1악장 서두에 나오는 암시적이고 인상적인 여덟 개의 음은 사람들 개개인의 운명은 물론 새로운 시대 정신,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임시하는 것이라.. 2023. 12. 26.
크리스마스 선물(The Gift of the Magi) 나는 왜 선견지명이 없을까? 왜 앞을 내다보는 눈이 없을까? 왜 좀더 현명하지 못했을까?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머지 않아 죽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남아있는 가족에게 짐이 될만한 것들은 되도록 남기지 말아야지. 우선 책장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더 이상 읽거나 거들떠볼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 책들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자녀들에게 주거나 쓰레기로 내다버렸다. 건강이 호전되면서 단석정 시리즈를 집필하게 되고 인용하거나 다시 들춰보고 싶은 책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책장에는 이미 그 책들이 사라지고 없었다. 선견지명 없는 어리석음. 이렇게 금방 필요하게 될 책들이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다시 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휴대폰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자니 글씨가 너무 작아 눈이 감당해내지 못했고, 더 중요한.. 2023. 12. 24.
별이 쏟아지는 밤을 지나 동해 해맞이로 한 해가 저물고 새 해가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꼭 읽어두면 크게 도움이 될만한 짤막한 글 하나를 소개한다. 명심보감 입교(立敎)편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세워야 하고 일년의 계획은 봄에 세워야 하며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세워야 한다.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것이 없고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으며 새벽에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그날은 힘써 일할 것이 없다. 우리는 이 글의 제목을 공자 삼계도(孔子三計圖)라 부른다. 아울러 여기에다 본인들이 세운 계획을 덧붙이면 유익할 것이다. 새해맞이에 대한 에피소드 하나 12월 31일 저녁이 되면 필자는 승합차에 가족을 태우고 동해의 어느 바닷가를 찾곤 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솟아오르는.. 2023. 12. 22.
신세계 교향곡(드보르작 교향곡 9번) 우리 귀에 익숙한 노래 한 곡을 소개하고 이 교향곡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한다. 노래의 제목은 이며 가사는 다음과 같다. 꿈 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옛 터전 그대로 향기도 높아 지금은 사라진 동무들 모여 옥 같은 시냇물 개천을 넘어 반딧불 쫓아서 즐기었건만 꿈 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노래는 번안곡으로 신세계 교향곡 2악장에 있는 멜로디 일부에 가사를 붙여 만든 노래다. 번안곡이란 원곡의 음이나 리듬은 그대로 두고 거기에 가사를 붙이거나 가사가 있는 경우 다른 언어나 시대에 맞도록 바꾸어 고친 것을 말한다. 드보르작의 9번 교향곡을 흔히 신세계 교향곡이라 부른다. 더 정확히는 이다. 작곡가에 대해 잠시 알아본다. 안톤 드보르작(Dvorak, Antonin.. 2023. 12. 21.
어느 유명 연예인의 애독서 명심보감 몇 해 전, 한 인기 TV 프로(1박 00)에 유명한 노장 연예인(김00)이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 분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도중 한 장면에서 명심보감을 소개했는데 그 장면은 필자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가방에서 작은 책 하나를 꺼내더니 어디를 가던 늘 그 책을 갖고 다닌다고 했다. 그 많은 연예인 중에 명심보감을 애독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를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연예인으로서보다도, 한 사람 개인으로서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그때 책을 펴서 소개한 글을 여기에 다시 소개한다. 자기 집 두레박 줄이 짧은 것은 탓하지 않고, 남의 집 우물이 깊은 것만 탓한다. 불한자가급승단(不恨自家汲繩短)하고 지한타가고정심(只恨他家苦井深)이로다 일이 잘못 되었을 때 남을 탓하기 전에 자기의 허물이나 실수.. 2023. 12. 20.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원 곡명은 Eine Klaine Nachtmusik이다. 세레나데 13번, G장조 K.525. 세레나데는 실내악과 교향곡 중간쯤의 규모로 된 곡들이다. 모짜르트는 13곡의 세레나데를 작곡했는데, 그 중 이 곡이 널리 알려져 있다. 곡은 전체적으로 명랑하고 우아한 멜로디로 구성되었다. 연주 시간은 약 18분. 이 곡은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 악장 모두 경쾌한 분위기를 안겨준다. 1악장 알레그로 G장조 4/4박자 소나타 형식. 2악장 로만차 안단테 G장조 4/4박자 세도막 형식. 3악장 메누에트 알레그로 G장조 3/4막자 세 도막 형식. 4악장 론도 알레그로 G장조 4/4박자소나타 형식, 경쾌한 기분을 낸다. 필자는 30대 초에 외국 회사에 입사했다. 오후 5시만 되면 몇 명 안되는 직원들은 칼같이 .. 2023. 12. 18.
O sole mio(오솔레미오) O sole mio(오솔레미오) 두툼한 스테이크나 기름지고 맛난 갈비찜 같은 요리를 즐기는 도중 입안을 상쾌하게 해 줄 청량 음료 한 잔. 잠시 쉬면서 눈과 귀를 가볍게 해 줄 짧고 경쾌한 노래 한 곡 들어보자. 오솔레미오. 이탈리아 칸초네의 나폴리 민요. 가사는 지오반니 카프로가 썼으며 곡은 에드아르도 디 카푸아가 만들었다. 이 노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 많은 가수들이 부른 잘 알려진 곡이다. 이 추운 겨울, 지중해의 백사장에 저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것을 연상하면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O sole mio che bella cosa na jurnata 'e sole n'aria serena doppo na tempesta! Pe' ll' aria fresca pare gi'a na festa Che.. 2023. 12. 18.
귀원전거(歸園田居) 귀원전거(歸園田居) 전원 교향곡을 소개하고 나니 생각나는 시인이 한 사람 있다. 도연명(陶淵明, 365-427). 이름은 잠(潛), 자(字)는 원량(元亮). 송대(宋代)에 자를 연명(淵明)이라 했다. 호(號)는 오류선생(五柳先生)인데, 그의 작품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에서 언급되었 듯이 자신이 그렇게 지은 듯 하다. 그는 동진(東晉)의 강서성(江西省) 구강시(九江市) 인근에 있는 심양(潯陽) 시상(柴桑)이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시상은 양자강 중류에 있는 마을이다. 당시의 정세는 군벌들에 의해 좌우되던 혼란의 시기였다. 밖으로는 이민족의 침략, 안으로는 군벌들의 다툼, 농민 봉기 등으로 국가와 백성들의 생활은 혼란과 도탄에 빠져 있었다. 그의 집안은 평범했으나 선비 집안에 속했다. 선비의 의무는 수기치인.. 2023. 12. 16.
전원 교향곡(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교향곡(베토벤 교향곡 6번) 베토벤(Beethoven, Ludwig van. 1770. 12.27-1827.3.26)은 독일 태생으로 악성(樂聖)으로 불리기도 한다. 형식적인 예술보다 인간적이고 정신적인 내용을 담은 그의 작품들은 그를 위대한 작곡가로 만들었다. 영웅적 기백을 지닌데다 불굴의 투지로 수 많은 역경을 이겨낸 인간 승리자였으며 사상가요, 철학자이기도 했다. 또한 인도주의자로서 자유와 평등, 인간애를 실천한 사람이었다. 고전 형식에서 벗어나 낭만주의 음악의 문을 열고 교량적 역할을 한 작곡가였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음악가였는데 아버지는 그를 엄하게 교육시켜 제2의 모짜르트로 만들고 싶어했다. 타고난 음악적 천분을 나타내기 시작한 그는 17세 때 당시 음악의 중심지였던 비인으로 가서 .. 2023. 12. 15.
서수도덕(棲守道德) 서수도덕(棲守道德) 채근담(菜根譚)에 이런 글이 있다. 棲守道德者 寂寞一時(서수도덕자 적막일시) 도덕을 지키는 자는 한 때가 적막하나 依阿權勢者 凄凉萬古(의아권세자 처량만고) 권세에 기대고 빌붙는 자는 영원히 처량하다. 사육신을 보라. 그들의 생애는 비참하고 쓸쓸했으나 그 이름은 아직도 우리 곁에 의인으로 남아 있다. 반면 권력을 탐하고 그에 빌붙어 산 사람들의 처량함은 굳이 옛 역사에서 찾을 필요도 없이 우리가 사는 시대에서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지 않는가. 한 때는 권력이 천년 만년 가리라 생각했겠으나 그것은 따뜻한 어느 봄날에 꾼 꿈과 같아서 응달에 쌓인 눈처럼 언제 녹았는지 모르게 사라졌다. 남은 것은 비난과 욕설과 손가락질 뿐이다. 영원한 처량함 만이 그들의 몫이다. 아, 도덕이란 무엇이고 권력.. 2023. 12. 14.
스코틀랜드 환상곡 금(琴, 금의 원래 뜻은 거문고지만 음악으로 바꾼다)에서는 환상곡과 교향곡을 몇 곡 씩 소개하고, 서(書, 책)에서는 채근담에 있는 글 몇 줄을 언급할 것이다. 스코틀랜드 환상곡(Scottish Fantasy) 작곡가는 막스 브루흐(Max Bruch, 1836.1.6-1920.10.20), 독일 태생이다. 원 제목은 Schottische Fantasie, 작품 번호는 OP.46이다. 바이올린, 비올라, 관현악을 위한 이곡은 1879년부터 이듬해 겨울까지 베를린에서 작곡됐다. 스코트랜드 시인 월터 스코트(1771-1832)의 시에서 감명을 받아 쓴 이 곡은 스코틀랜드의 민요와 선율이 삽입되어 감미롭고 낭만적이고 환상적이다. 서주가 있고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주시간 약 29분. 유튜브에는 국내외의 여.. 2023. 12. 14.
사과의 말 이 시리즈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서두에서 말했듯이 건강이 좋지 않은 필자는 부득이 의료의 신세를 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한동안 요양원에 입원해 있었다. 다행히 건강이 조금 호전되어 퇴원을 하고 단석정의 일로 돌아올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하게 여긴다. 돌이켜 보면 그것은 생로병사의 여정에서 불가피하게 지나가야 하는 행로였을 뿐이다. 어떠한 난관들이 또 앞에 나타날 지 모르나 묵묵히 기쁜 마음으로 지나가야지. 오직 지금은 다시 단석정의 일을 시작할 때이다. 그 동안 정리해 두었던 것들을 하나씩 풀어가고자 한다. 언제 다시 장애물에 걸려 넘어질 지 모르나 건강이 나를 지탱하고 버티게 해 주는 한 비록 느린 걸음이라도 일은 계속될 것이다. 그동안의 공백을 독자 앞에 머리숙여 사죄한다. 내용쓰기 2023. 12. 13.
오펜바흐의 재클린의 눈물 오펜바흐의 재클린의 눈물 저녁 늦게 중학생인 맏손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할아버지,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 말씀드릴게요" "그래,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었니?" "쉬는 시간에 재클린의 눈물을 듣고 있는데 선생님이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듣느냐고 물으셨어요. 그래서 재클린의 눈물을 듣고 있다고 했더니 중학교 2학년 학생이 무슨 오펜바흐를 듣느냐고 하시길래 사실은 한살 아래인 사촌 동생이 첼로를 켜는데 그 소리가 너무 좋아서 아빠에게 첼로 소리가 너무 좋다고 말씀 드렸더니 아빠가 할아버지께 첼로를 좋아한다고 말씀드리라고 해서 말씀드렸어요. 할아버지께서는 좋은 일이라고 하시면서 재클린의 눈물을 추천해 주셔서 듣고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선생님이 열심히 들으라고 칭찬해 주셨어요." 그래서 필자는 손자에게 그.. 2022. 7. 18.
죽리운창(竹籬 芸窓) 죽리운창 竹籬下(죽리하)에 忽聞犬吠鷄鳴(홀문견폐계명)하면 恍似雲中世界(황사운중세계)요, 芸窓中(운창중)에 雅聽蟬吟噪(아청선음아조)하면 方知靜裡乾坤(방지정리건곤)이니라. 대나무 울타리 아래에서 홀연히 개 짖고 닭우는 소리 들으면 활홀하여 구름 속 세계 같고, 서재 안에서 매미 소리나 까마귀 지저귀는 소리 들으면 바아흐로 고요 속의 별천지 임을 알게 된다. 어찌 울타리가 대나무 뿐이겠는가? 싸리나무, 솔가치 등 무엇인들 울타리를 삼지 못하겠는가? 심지어는 개나리, 진달래 등 살아 있는 꽃나무들까지 무엇인들 마다할 수 있겠는가? 그 울타리 안에 홀로 개가 누워 있다가 인적 없는 적막강산을 향해 짖어대거나 마치 자연의 때를 맞추 듯 닭이 목청을 빼어 운다면 이는 그 상황이 구름 속 세계 같아서 신선이 사는 마을.. 2022. 7. 18.
리스트의 헝거리 환상곡 리스트의 헝거리 환상곡 새벽 5시 55분전축의 시간은 늘 세팅되어 있었다. 어둠을 깨우는 소리, 잠든 혼돈을 흔들어 일으키는 소리,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는 하나로 뭉쳐 조용하고 힘차게 잠든 세계를 깨운다. 나 또한 잠든 의식의 세계로 부터 서서히 음악 소리에 맞춰 현실 세계로 넘어 온다. 조용하게 시작된 작은 음의 선율은 점점 은 더 이상 커지면서 힘을 더한다. 소리의 힘은 더 이상 조용한 세상, 잠의 세계에 머물러 있도록 놔두지 않는다. 거부할 수 없는 소리의 힘에 밀려, 나는 잠에서 완전히 깨어난다. 이제 비로서 어둠과 혼돈에서 깨어날 때로다. 이 환상곡은 단석정을 세상에 알리면서 서곡으로 올리기에 적절한 음악이 아닌가 생각된다. 헝거리환상곡 123번,리스트는 19곡의 랍소다(광시곡)를 작곡했는데 그 .. 2022. 7. 10.
단석정(丹石亭)의 금서(琴書) 단석정(丹石亭)의 금서(琴書) 나에겐 작은 서재가 하나 있다. 난 그 서재에 단석정이란 이름을 붙였다. 채근담에 이런 글이 있다. 좌유금서(坐有琴書)면 변성석실단구(便成石室丹丘)니라. 번역한즉, 앉아 있는 곳에 거문고와 책이 있으면 곧 신선의 집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거기에서 丹과石 두 글자를 취하여 단석정(丹石亭)이라 이름 지었다. 명심보감에 이르기를 지족자(知足者)는 빈천역락(貧賤亦樂)이라 했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가난하고 천해도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몇 권 안되는 애독서와 즐겨 듣는 음악 CD 몇 개가 전부인 작고 소박한 서재에 이름까지 지어주는 것이 과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서재는 큰 기쁨과 즐거움을 주기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나이 75세, 게다가 만성신부전증으로 체중이 15.. 2022.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