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원전거(歸園田居)
전원 교향곡을 소개하고 나니 생각나는 시인이 한 사람 있다. 도연명(陶淵明, 365-427). 이름은 잠(潛), 자(字)는 원량(元亮). 송대(宋代)에 자를 연명(淵明)이라 했다. 호(號)는 오류선생(五柳先生)인데, 그의 작품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에서 언급되었 듯이 자신이 그렇게 지은 듯 하다. 그는 동진(東晉)의 강서성(江西省) 구강시(九江市) 인근에 있는 심양(潯陽) 시상(柴桑)이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시상은 양자강 중류에 있는 마을이다.
당시의 정세는 군벌들에 의해 좌우되던 혼란의 시기였다. 밖으로는 이민족의 침략, 안으로는 군벌들의 다툼, 농민 봉기 등으로 국가와 백성들의 생활은 혼란과 도탄에 빠져 있었다. 그의 집안은 평범했으나 선비 집안에 속했다. 선비의 의무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이었으므로 그는 여러 차례 출사(出仕)했으나 한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하고 물러났으며 마침내 42세 되던 해에 벼슬살이에서 완전히 은퇴하여 전원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었다. 그때의 상황이 여러 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의 대표적인 시 중 하나인 귀원전거(歸園田居)에 있는 다섯 수(首) 가운데서 하나를 소개한다.
귀원전거(歸園田居) 전원에 돌아와 살다 제 1수
젊어서부터 세속에 맞지 않았고, 천성은 본디 산림을 좋아했네.
잘못 먼지 그물에 떨어져, 어느덧 십삼 년이 지났네.
새장 속 새는 옛 숲을 그리워하고,연못의 물고기는 옛 물을 생각하네.
남쪽 뜰을 개간하고, 졸(拙)함을 지키고자 전원으로 돌아왔네.
모난 텃밭은 십여 이랑 되고, 초가집은 8, 9칸.
느릅과 오얏은 뒤 뜰에 그들을 짓고, 복숭아 오얏꽃은 집 앞에 피어있네.
멀리 인가들이 어슴프레 보이고, 마을에는 가물가물 연기가 보이네.
깊숙한 골목에선 개 짖는 소리 들리고, 뽕나무 위에선 닭이 울고 있네.
집 마당에는 잡된 티끌 먼지 없고, 텅 빈 방은 한가롭기만 하네.
오래 동안 새장에 갇혀 있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노라.
소무적속운(少無適俗韻)하고 성본애구산(性本愛邱山)이라
오락진망중(誤落塵網中)하여 일거십삼년(一去十三年)이라
기조연구림(羇鳥戀久林)하고, 지어사고연(池魚思故淵)이라
개황남야제(開荒南野際)하고, 수졸귀원전(守拙歸園田)이라
방택십여묘(方宅十餘畒)요, 초옥팔구간(草屋八九間)이라
유류음후첨(楡柳蔭後簷)하고, 도리나당전(桃李羅堂前)이라
애애원인촌(曖曖遠人村)하고, 의의호리연(依依虛里煙)이라
구페심항중(狗吠深巷중)하고, 계명상수전(鷄鳴桑樹顚)이라
호정무진잡(戶庭無塵雜)하고, 허실유여한(虛室有餘閑)이라
구재번롱리(久在樊籠裏)라가, 부득반자연(復得反自然)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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