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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죽리운창(竹籬 芸窓)

by #$%@#$ 2022.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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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리운창
단석정

죽리운창

竹籬下(죽리하)에 忽聞犬吠鷄鳴(홀문견폐계명)하면 恍似雲中世界(황사운중세계)요, 芸窓中(운창중)에 雅聽蟬吟噪(아청선음아조)하면 方知靜裡乾坤(방지정리건곤)이니라.

 

대나무 울타리 아래에서 홀연히 개 짖고 닭우는 소리 들으면 활홀하여 구름 속 세계 같고, 서재 안에서 매미 소리나 까마귀 지저귀는 소리 들으면 바아흐로 고요 속의 별천지 임을 알게 된다. 어찌 울타리가 대나무 뿐이겠는가? 싸리나무, 솔가치 등 무엇인들 울타리를 삼지 못하겠는가?  심지어는 개나리, 진달래 등 살아 있는 꽃나무들까지 무엇인들 마다할 수 있겠는가?  그 울타리 안에 홀로 개가 누워 있다가 인적 없는  적막강산을 향해 짖어대거나 마치 자연의 때를 맞추 듯 닭이 목청을 빼어 운다면 이는 그 상황이 구름 속 세계 같아서 신선이 사는 마을과 흡사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사는 마을이 그러하다면 굳이 신선이 산다는 언덕이나 동굴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을 것이다.  수상한 인적이 없어도 고요한 허공을 향해 우짖어 적막을 깨뜨리는 소리, 옛적부터 전해오는 고요함을 깨뜨리는 닭의 울음 소리 들리는 고장이 우리의 마을이라면 , 아! 석실단구가 어디 따로 있겠는가?  

 

번듯한 집 한켠에 마련된 서재에 사서삼경에다 귀한 고서들이 즐비한 곳이어도 좋고, 소박한 집 작은 사랑방에 애독하는 서너 권의 낡은 책들이 있는 공간이라면, 그 또한 매미나 까마귀 소리가 들려오는 운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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